POEM&CARTOON, 1OO년의 노래
만화가가 연주하는 현대시 100선


나 하늘로 돌아가면

생전에 실컷

심술부렸다고 말하리라-


분명 우리에게 익숙한 시 인데, 그 내용이 영 본래 시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천상병 작가의 시 ‘귀천’에 나오는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를 패러디하여 ‘...실컷 심술부렸다고 말하리라’라니 재미있는 구절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이즘에서 생각나는 만화 캐릭터가 하나 있을 것이다. 바로 ‘심술통’이다. 위의 시 구절은 ‘심술통’을 그린 만화가 이정문이 ‘귀천’이라는 시를 재해석하여 만화 작품으로 새롭게 그리면서 넣은 것이다.

8월 14일 오후 2시, 만화의 도시 부천의 시청 아트갤러리에서는 이렇게 시와 만화의 만남을 그린 이색 전시 ‘POEM&CARTOON, 1OO년의 노래-만화家가 연주하는 현대시 100선’의 개막행사가 열렸다. 원로 만화가들부터 신세대 만화가에 이르기까지 77명 작가의 102편 작품이 부천국제만화축제기간(8.14~8.17) 4일 동안 관객들을 맞이한다. 이번 전시는 2008년 백년을 맞은 한국 현대시와 2009년 100주년을 기다리는 한국만화 99년의 해를 맞이하여, (재)부천만화정보센터와 부천교육박물관이 연합하여 만화가들이 평소 즐겨 읊던 시를 만화로 재해석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행사이다.

개막행사는 부천만화정보센터의 조관제 이사의 축사로 시작되었다. 그는 “시와 만화라는 두 장르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보여줄 수 있게 되어 기쁘고, 이번 전시가 다른 문화에도 영향을 주어 문화 산업의 저력이 커지길 바란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뒤이어 홍건표 부천 시장은 “부천이 이런 새로운 전시를 통해 만화 도시로서 명성을 쌓고 발전하고 있다” 며 만화 작가들과 조관제 이사장 등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 밖에도 부천만화정보센터 임형택 이사, 부천교육박물관, 만화가 김동화 작가도 축사를 전했다. 전시에 직접 참여한 만화가 최정규는 클래식하고 서정적인 플루트 연주를 배경으로 ‘섬’이라는 시를 암송하여 차분하면서도 감동적인 행사를 연출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들은 만화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철학으로 재해석되어 개성 넘치는 그림체의 만화로 재탄생되었다.

만화가 고행석은 도종환 시인의 ‘접시꽃 당신’을 그렸고, 김동화는 김승동 시인의 ‘후회’를 만화로 표현했다. 김영랑 시인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만화가 박재동에 의해 빨강과 파랑의 색감이 묘하게 어우러지며 동양적인 느낌의 그림이 되었다. 이 밖에도 신문수, 강일구, 이해광, 정철, 사이로, 모해규 등 유명 만화가의 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젊은 만화가들의 작품들도 훌륭하면서도 흥미롭다. 박건웅은 박노해 시인의 ‘손무덤’을 판화적인 느낌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강렬하게 표현했다. 아메바피쉬는 김지하 시인의 ‘빈집’을 화려한 색상으로 먼 미래의 행성처럼 표현하여 공허함과 고독감을 개성있게 그렸다. 앙꼬와 임혁필의 작품도 눈에 띄었다. 만화가 정동훈은 김수용 시인의 ‘풀’을 재해석하여 아크릴, 촛불, 만화캐릭터로 만든 조형물로 만들어 아름다움과 함께 현실을 날카롭게 반영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만화 작품 뿐만이 아니라 이육사의 <육사시집>, 임화<회상시집>, 서정주의<동천>등 50여년 전의 옛스러움이 묻어나는 작은 판형의 시집들이 전시되었다.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주었던, 잊혀져 가던 옛 시들을 만화로 재조명함으로써 세대를 초월한 공감대를 새롭게 재창조해보고자 기획된 ‘POEM&CARTOON, 1OO년의 노래’ 전시. 이번 전시는 타 영역과의 경계를 허무는 시도를 통하여, 한국 시의 역사 홍보와 함께 다양한 색깔을 가진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 문화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계기의 장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취재 _김상선

by) 운영자100
Posted by ICC&BICOF 비코프BIC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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